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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번역에 대한 리스트

아마도 독자 2023. 12. 31. 14:03

 벌써 올해의 마지막 날이네요. 이 블로그를 운영한지도 2년째 되어 가고요. 올해 초 즈음에 번역하려고 마음먹은 글들이 있었는데, 번역을 하는 도중에 글들로부터 도망 다닌 해가 아닌가 싶네요. 올해 번역한 글 다섯 편 중 제가 애초에 번역하려고 했던 글은 단 하나 뿐입니다. 그래도, 결국 다섯 편의 글을 번역했으니 소소하게 만족하고자 합니다. (언젠가는 번역한 것들을 다시 검토하고 번역하게 될 날이 올 터이니 이 또한 역시 일종의 도망일 수도 있구요)

 작년의 리스트를 작성하면서 했던 이야기를 구태여 반복하진 않으려고 합니다. 작년에 했던 이야기를 반복하면서도 어떤 변주를 주고 싶지만, 그럴 여력이 되지 않네요. 어쨌든, 2023년의 리스트를 여러분들께서 보시고 번역된 텍스트와의 나름의 연결을 만들어 나가시길 바랍니다.

 첫 번째로 번역한 글은 웬디 희경 전의 <소프트웨어, 혹은 시각적 지식의 지속에 대하여>입니다. 컴퓨팅, 그 중에서도 특히 소프트웨어의 (젠더화된, 그리고 군사적인) 역사를 톺아보며 소프트웨어를 이데올로기의 기능적 유사물이라 주장하는 글입니다. (글을 읽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웬디 전이 소프트웨어를 이데올로기라고 하지는 않는다는 점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이 글에서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연결 고리는 크게 두 가지인 것 같습니다. 1) 컴퓨팅의 (젠더화된) 역사 2) 인터페이스와 사용자 주체성

 웬디 전이 글에서 쓰듯, 컴퓨팅의 역사는 위계의 언어로 가득합니다. 이런 위계의 언어를 탐구하는 과정에서 참고 되는 것은 2차 대전 시기 활동했던 에니악(ENIAC) 여성들의 이야기입니다. 케이블 플러그를 직접 뺐다 꽂으면서 에니악을 프로그래밍했던 이 여성들은 기계와 하나로 여겨졌고, (남성인) 상관의 명령을 그대로 이행하는 존재처럼 여겨졌습니다. (물론 이 여성들은 그저 명령을 이행하지만은 않았습니다.) 마침 올해에, 이 에니악 여성들의 일대기를 다룬 책이 번역되었습니다. 캐시 클라이먼의 사라진 개발자들(이미령, 김태곤 역)인데요. 에니악 여성 개발자 6인의 이야기와 함께 그들이 마주했던 프로그래밍의 문제, 당시의 성차별적 구조까지 포괄적으로 볼 수 있는 역사서라 꼭 추천 드립니다. 좀 더 일반적으로 컴퓨팅(산업)의 젠더화된 역사를 볼 수 있는 책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바로 클레어 L. 에반스의 세상을 연결한 여성들(조은영 역)과 마리 힉스의 계획된 불평등(권혜정 역)입니다. 전자의 책은 웬디 전의 글에서도 나온 그레이스 호퍼와 에니악 여성들부터 네트워크 개발자와 사이버페미니스트들까지 주로 미국의 역사를 다룹니다. 후자의 책은 미국이 아닌 영국의 역사를 다루고 있는데요. 여성 기술인을 배제한 영국의 컴퓨팅 산업이 어떻게 몰락을 겪는지 좇는 기술사 서적입니다. 이 테마를 한정으로 했을 때 번역되었으면 하는 책은 새디 플랜트의 제로+입니다. 가속주의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은 알겠지만, 새디 플랜트는 닉 랜드와 함께 CCRU의 멤버였습니다. 이 책에서 플랜트는 컴퓨팅에서 잊힌 여성들의 목소리를 발굴하면서, 컴퓨팅과 직조, 그리고 여성이라는 젠더를 연결시킵니다.

http://aladin.kr/p/C4u6e

 

사라진 개발자들

<히든 피겨스> 보다 앞선 여성 개발자 6인의 생생한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은 역사에서 사라진 여성 프로그래머들의 열정과 우정, 사랑을 섬세하게 표현해냈다. 1940년대, 차별과 억압이 당연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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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연결한 여성들

최초의 전기기계식 컴퓨터 마크 Ⅰ, 최초의 전자 컴퓨터 에니악 등, 관련 정보를 찾다 보면 우리는 남성 기술자들을 중심으로 기술된 역사를 만나게 되지만,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성 또한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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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aladin.kr/p/2eAsE

 

계획된 불평등

하버드와 듀크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듀크에서 젠더 스터디로 준석사를 마친 마리 힉스의 첫 저서이다. 영국 공공기관과 국영 기업들의 사례에 초점을 맞춰, 영국 전산화가 노동 조직 성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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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aladin.kr/p/469n1

 

Zeros and Ones : Digital Women and the New Technoculture (Paperback)

Zeros and Ones : Digital Women and the New Technoculture (Paper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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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편, 이 글은 단지 젠더화된 컴퓨팅의 역사만 다루지는 않습니다. 웬디 전은 소프트웨어를 이데올로기의 기능적 유사물로 주장하면서 소프트웨어의 짧은 역사를 추적해 나갑니다. (, 육중한 기계를 만져야 했던 시기에서 기계의 특정성을 생각할 필요가 없는 추상화된 소프트웨어로의 이행을요.) 이 소프트웨어의 짧은 역사는 곧 소프트웨어 산업화의 역사이기도 합니다. 이 주제를 다룬 책 역시 번역되어 있는데요. 바로 마틴 캠벨 켈리의 소프트웨어는 어떻게 밥벌이가 되었나(이재범 역)입니다. 마틴 캠벨-켈리는 웬디 전이 컴퓨팅의 역사를 좇으면서 참고하는 저자이기도 한데요. 이 책에서 캠벨-켈리는 에니악과 비슷한 육중한 컴퓨터 기기들을 위한 전용 프로그램을 제작했던 도급 개발업체부터 개인용 소형 컴퓨터 소프트웨어 산업까지의 역사를 톺아봅니다.

http://aladin.kr/p/EPQE6

 

소프트웨어는 어떻게 밥벌이가 되었나

1950년대에 처음 흐릿하게 모습을 드러냈던 소프트웨어 산업은 미국 경제에서 네 번째로 큰 산업 분야로 발전했다. 이 책은 이런 각 회사 유형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그들이 개발한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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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은, 소프트웨어와 인터페이스가 제공하는 인과적 쾌락에 관한 부분일 것입니다. 그리고 이 인과적 쾌락은, 오늘날 사용자 주체성이랄 것과 아주 긴밀한 연관을 가집니다. 이 주제에 대해서는 두 권의 책을 꼽고 싶은데요. 한 권은 박해천의 인터페이스 연대기이고, 다른 한 권은 새로운 질서 그 후의 무슨일 선집 2: 투명한 장벽, 플랫폼을 배반하기(박재용 역)입니다. 박해천의 책은 전쟁의 병참학부터 도시 설계, (웬디 전이 인과적 쾌락 파트에서 중요하게 다루기도 하는)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까지 살펴보며 인간과 기술의 커뮤니케이션이 발생하는 접면, 즉 인터페이스의 계보를 그려나갑니다. 새로운 질서 그 후의 책은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플랫폼과 플랫폼을 이용하는 사용자들에 대한 짧은 글들이 번역되어 실려 있는 책인데요. 특히 이 책에 실린 사용자 조건: 컴퓨터 주체성과 행위는 웬디 전의 글과 관련해서 꼭 읽어볼 만한 글이라 추천 드리고 싶습니다.

http://aladin.kr/p/kFc7e

 

인터페이스 연대기

나치 전당대회에서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까지, 디자인과 테크놀로지는 우리가 경험하는 현실을 변형시킨다. 이 책에서 인터페이스은 컴퓨터 스크린의 표면에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행동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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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aladin.kr/p/wzUVC

 

투명한 장벽, 플랫폼을 배반하기

『무슨일 선집』은 팀 ‘새로운 질서 그 후’가 웹(World Wide Web)을 둘러싼 해외의 담론을 한국어로 번역해 출판하는 프로젝트이다. 2호에서는 ‘사용자 자율성’과 ‘탈플랫폼’이라는 키워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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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무엇보다도, 웬디 희경 전의 책인 프로그래밍된 시각: 소프트웨어와 메모리 Programmed Visions: Software and Memory가 번역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책은 <소프트웨어, 혹은 시각적 지식의 지속에 대하여> 후로 웬디 전이 저술한 논문들 몇 편을 단행본의 형식에 맞게 재서술/재편집한 책입니다. 웬디 전이 뉴미디어의 역설에 대해 다룬 3부작 중 두 번째에 해당하는 책으로, 미디어 연구와 비판 이론을 연결해 보려는 시도를 담고 있는 중요한 작업이므로 모쪼록 한국에도 소개되었으면 좋겠습니다.

http://aladin.kr/p/Lrf7

 

Programmed Visions: Software and Memory (Paperback)

Programmed Visions: Software and Memory (Paper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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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번째로 번역한 글은 버나드 디오니시우스 게이건의 <정보 이론에서 프랑스 이론까지: 야콥슨, 레비-스트로스, 그리고 사이버네틱스 장치>입니다. 이 글은 프랑스 구조주의자로 유명한 야콥슨과 레비-스트로스가 당대에 활동하던 미국의 사이버네티션들과 어떻게 교류를 나눴으며, 또 정보 이론에 기반해 발명된 기기들이 야콥슨과 레비-스트로스의 이론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으며, 또 이들이 활동하던 전후의 사회·정치적 맥락까지 정말 흥미진진한 역사를 포괄하는 글입니다. 사실, 많은 것들을 포괄하고 있는 만큼 뻗어나갈 갈래들이 많겠지만, 한정적이나마 몇 가지 텍스트를 소개드리고자 합니다.

 먼저 사이버네틱스와 프랑스 구조주의와의 연관성입니다. 이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은 텍스트가 최근에 번역되었는데요. 야콥슨-레비스트로스 서한집(김성재 역)입니다. 논문에 주요하게 등장하는 프랑스 구조주의자들의 서신 교환을 다룬 책이기도 하고, 이 서신에서 두 이론가의 사이버네틱스에 대한 관심이 잘 드러난다고 하니 지나칠 수 없는 텍스트라는 생각이 듭니다.(아직 저는 읽어보지 않았지만요.) 다른 하나의 책은 장 피에르 뒤피의 마음은 어떻게 기계가 되었나(배문정 역)입니다. 이 책은 인지과학의 기원으로서의 사이버네틱스의 역사를 조망하는 책입니다. 이 책의 주요 내용이 프랑스 이론과 사이버네틱스 간의 관계인 것은 아니지만, 사이버네틱스와 구조주의를 반인간주의라는 키워드로 묶는 부분이 짧게나마 등장하므로 사이버네틱스가 바라본 마음/정신에 대한 전제들에 대해 궁금한 분은 이 책을 읽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합니다.

http://aladin.kr/p/uQBvZ

 

야콥슨-레비스트로스 서한집

상응 시리즈 6권. 구조주의를 대표하는 언어학과 인류학의 두 거목의 상호 서한집. 20세기 현대 철학이 지적 자극을 주고 받는 궤적을 보며 주는 동시에 학제를 넘나드는 40년간 두 사상가의 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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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aladin.kr/p/WzcPR

 

마음은 어떻게 기계가 되었나

사이버네틱스의 역사를 집대성한 프랑스의 정치경제학자 장피에르 뒤피의 책 ≪인지과학의 기원에 대하여≫(1994)의 완역본이다. 뒤피는 ‘마음을 기계로 만들고자 한 최초의 과학’인 사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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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게이건의 글 초반부에는 이론적 기반으로서 장치개념에 대해 다루고 있는데요. 특히 그가 주석에 쓴 현 논문은 다음의 텍스트에서 취해진 분석을 확장하고 다시 틀 짓는다.”라는 문장을 생각해 보면, 장치에 대한 조금은 고전적(?)인 텍스트를 재방문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의 주석에서는 장치 개념을 언급한 푸코의 텍스트들이 주루룩 언급되지만, 그것을 모두 언급하기보다는 앞에 인용한 문장이 쓰인 주석에 있는 두 텍스트만 소개해드리려 합니다. 첫 번째로는 질 들뢰즈의 장치란 무엇인가?라는 텍스트이고 이는 박정태가 엮고 번역한 들뢰즈가 만든 철학사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이 텍스트는 푸코의 장치(dispositif)’ 개념에 대한 들뢰즈 자신의 독해를 보여주는 텍스트입니다. 또 하나의 텍스트는 조르조 아감벤의 장치란 무엇인가?(양창렬 역)입니다. 아감벤은 1960년대 말 푸코가 사용했던 ‘positivité’라는 용어가 헤겔 연구자인 이폴리트의 영향을 받았을 거라 독해하면서, 헤겔의 실정성(positivity)’을 장치에 대한 논의의 출발점으로 삼습니다. 아감벤의 독해에 따르면, 헤겔에게 자연종교란 인간 이성과 신적인 것 사이의 무매개적이고 일반적인 관계에 관한 것이라면, 실정종교는 여러 가지 신앙·규칙·의례 등 외부로부터 개인들에게 부과된 전체를 포함하는 것입니다. 아감벤은 푸코에게 중요했던 것이 실정성들(혹은 장치들)이 권력 관계, 권력메커니즘, 권력 게임들속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탐구하는 것이었다고 지적하며 그의 장치 개념을 좀더 일반화하려 시도합니다. 마지막으로, 번역되었으면 하는 책이 있는데요. 그렉 버드와 지오반바티스타 투사가 편집한 장치의 지도학 Dispositif: A Cartography입니다. 이 책은 앞에서 언급된 푸코, 들뢰즈, 아감벤 말고도 마르크스, 캉길렘, 에드워드 사이드, 주디스 버틀러, 재스비어 푸아, 알튀세르, 테레사 드 로레티스 등 장치에 대한 논의에 포함시킬 수 있는 많은 학자들의 글을 선별해 모아놓은 선집입니다. 장치에 대한 이론적 계보들을 톺아볼 수 있는 책일 것 같아 번역되었으면 좋겠습니다.

http://aladin.kr/p/NF9Wz

 

들뢰즈가 만든 철학사

들뢰즈는 생전에 자신의 단행본이 아닌 다른 매체를 통해서도 많은 글을 발표하였다. 이렇게 단행본이 아닌 다른 매체를 통해서 발표된 들뢰즈의 글은 그의 사후 한곳에 모여 두 권의 책으로 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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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치란 무엇인가? 장치학을 위한 서론

‘에세이와 비평’ 시리즈의 첫 번째 책. 인류의 잠재성을 더 많이, 더 풍부하게 실현할 수 있도록 해주리라던 온갖 기제들이 도리어 어떻게 인류에게서 그 본질이나 역량을 빼앗아가게 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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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aladin.kr/p/uQ75K

 

Dispositif: A Cartography (Paperback)

Dispositif: A Cartography (Paper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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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번역한 게이건의 글 역시 추후에 발전되어 책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코드: 정보이론에서 프랑스이론까지 Code: From Information Theory to French Theory는 번역된 글에서 다루고 있는 프랑스 구조주의와 정보 이론의 관계뿐 아니라 인류학 담론에서의 패턴 인식, 가족 치료 담론에서의 사이버네틱스까지 당대 (인문·사회)과학과 정보 이론/사이버네틱스 간의 교류와 영향들을 폭넓게 보여주는 책으로서, 과학기술사나 미디어 연구에 관심 있는 모두에게 추천할 수 있는 책입니다.

http://aladin.kr/p/ZfZoK

 

Code: From Information Theory to French Theory (Paperback)

Code: From Information Theory to French Theory (Paper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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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번째로 번역한 글은 제이슨 파먼의 <비가시적이고 즉각적인: 기송관부터 광섬유에 이르는 미디어 인프라구조의 지리학>입니다. 이 글은 금속용기에 우편을 넣어 압축공기로 실어나르던 기송관이라는 인프라구조를 둘러싼 문화적 상상계를 다루는 글입니다. 인프라구조는 아주 거칠게 말하자면, 우리의 삶을 지탱하면서도 비가시적으로 작동하는 기술적·사회적 구조입니다. 인프라구조는 언뜻 자연스럽고 너무나도 당연한 것으로 여겨져 의심의 대상이 되지 않지만, 그것이 고장나거나(데이터센터 화재 당시 카카오톡을 생각해보십시오), 그것을 경험하는 입장에 따라(비장애인은 지하철을 손쉽게 다니지만 장애인은 투쟁을 통해서 지하철의 인프라구조를 바꾸는 것이 가능합니다.) 인프라구조는 가시화되고 이상한 것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이 글은 무엇보다도 인프라구조에 대해 다루는 글이므로, 이와 관련된 텍스트들을 몇몇 소개드리고자 합니다.

 일반적인 수준에서 인프라구조를 다루는 책은 댄 놋의 숨은 시스템(오현주 역)과 기욤 피트롱의 좋아요는 어떻게 지구를 파괴하는가』(양영란 역)입니다. 댄 놋은 만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답게, 만화의 형식을 빌려 인프라구조에 접근합니다. 아직 읽어보지 않았지만, “우리 생활의 기반이 되는 인터넷, 전기, 물과 같은 주요 시스템들의 작동 원리를 흥미롭게 밝히고, 그것의 역사와 사회적 역할, 그리고 그 안에 담긴 불평등을 역사적 관점에서 짚어준다는 출판사 소개글을 보면 인프라구조에 대한 좋은 입문이 될 수 있는 책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른 하나의 책은 기욤 피트롱의 책인데, 이 책은 디지털이 비물질적이고 친환경적일 것이란 세간의 오해를 불식시키면서, 디지털 환경이 작동하는 데 필요한 각종 인프라구조들(데이터센터나 해저케이블 등)이 얼마나 많은 지구의 자원과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지, 그리고 그것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얼마나 막대한지 등을 다룹니다.

http://aladin.kr/p/3zWnS

 

숨은 시스템

우리 생활의 기반이 되는 인터넷, 전기, 물과 같은 주요 시스템들의 작동 원리를 흥미롭게 밝히고, 그것의 역사와 사회적 역할, 그리고 그 안에 담긴 불평등을 역사적 관점에서 짚어준다. 더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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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aladin.kr/p/lzaIi

 

‘좋아요’는 어떻게 지구를 파괴하는가

‘좋아요’를 누를수록 지구는 무거워진다. 디지털 인프라를 둘러싼 영유권 전쟁이 새롭게 그려내는 세계지도를 포착한 책이다. 중국의 ‘디지털 실크로드’와 이를 저지하고자 하는 서구 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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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좀 더 구체적인 인프라구조를 다루는 책들도 있습니다. 많은 책들을 꼽을 수 있겠지만, 일단은 수전 레이 스타와 제프리 보커가 저술한 사물의 분류(주은우 역)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수전 레이 스타는 초기/전기 라투르를 비판한 인물 중 한 명으로(스타의 비판은 해러웨이에 의해 인용되기도 합니다), 인프라구조 연구의 토대가 될 만한 글들을 써 온 학자입니다. 이 책의 초반부에 인프라구조에 대한 일반론이 조금 나오긴 하지만, 이 책이 주요하게 초점을 맞추는 것은 인프라구조로서의 분류 체계입니다. 이 책은 분류 체계가 실제 환경과 실제의 사회적 상호작용들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분류 체계와 씨름하면서 느끼게 되는 불편함들이 어떻게 분류 체계를 바꾸는지를 다양한 사례연구를 통해 탐구하는 책입니다. 인프라구조 연구의 관점에서 눈여겨 볼만한 한국 저자의 책도 있는데요. 교통 연구자 전현우의 거대도시 서울 철도입니다. 이 책은 철도망과 도시의 관계, 철도망이 기능하는 데 있어 저항 요소가 될 수 있는 변수들, 철도망의 역사와 세금과 재정 문제, 기후위기의 문제까지 철도에 관한 많은 것들을 포괄하는 책으로서, 우리가 당연하게 표를 예매하고 탑승해 왔던 철도를 구성하고 있는 것들이 얼마나 방대한지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 드리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인프라구조 연구에서 번역되었으면 하는 책으로 니콜 스타로시엘스키의 해저 네트워크를 꼽고 싶습니다. 이 책은 작금의 인터넷 세계를 이루고 있는 인프라구조인 해저케이블을 탐구하는 책입니다. 해저 케이블이 놓이게 되는 자연환경(, 심해)과 케이블 유지·보존과의 긴장관계, 케이블 네트워크와 관련된 식민주의적 역사, 해저 케이블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등 인프라구조에 대한 통찰을 얻고 싶다면 꽤나 적절한 책이 아닌가 싶습니다.

http://aladin.kr/p/6F9Va

 

사물의 분류

현대세계의 형성에서 범주들과 표준들이 수행하는 구실을 탐구한다. 저자들은 분류가 인간의 상호작용을 질서 지우는 과정에서 갖는 비가시성의 구실을 강조하고 있다. 그들은 어떻게 범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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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aladin.kr/p/8NwG0

 

거대도시 서울 철도

서울이라는 거대도시를 둘러싸고 전국의 도시로 뻗어 있는 철도를 백과전서처럼 다룬 책이다.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살아 있는 유기체로서 철도를 역사적, 공학적, 제도적, 정책적,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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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aladin.kr/p/Wbna0

 

The Undersea Network (Paperback)

The Undersea Network (Paper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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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번째로 번역한 글은 알렉산더 갤러웨이의 <재현불가능한 것이 있는가?>입니다. 이 글은 통제사회에서 네트워크 형식이 지배적인 재현의 양식이 되었음을 지적하면서, 지금까지 재현 에 대한 논쟁이 주로 다뤄왔던 재현의 윤리와 폭력의 문제를 잠시 제쳐두고 통제 사회에서 재현 불가능한 것이 과연 무엇인지를 묻는 글입니다.

 이 글에서 인상적이었던 건 데이터와 정보를 새로운 방식으로 구분하는 점이었는데요. 특히 데이터를 아리스토텔레스의 질료인material cause, 스피노자의 실체substance, 화이트헤드의 현실적 계기actual occasions, 바디우의 순수 다수pure multiplicities, 혹은 들뢰즈의 일자의 표면 위의 강도들intensities on the surface of the One”과 유사한 존재론적 기반에 위치시키는 갤러웨이의 무모함 혹은 대담함(?)은 조금 놀랍습니다. 디지털적인 것을 기존의 철학적 논의와 연결시키려는 시도는 갤러웨이의 다른 저서에서도 이어지는데요. (읽다가 어려워서 도중에 포기한 책인) Laruelle: Against the Digital은 프랑수아 라뤼엘을 다루면서도, 디지털의 01, 철학에서 무와 일자를 넘나들며 디지털과 철학의 관계를 다시 정립하려고 하는 시도인 것 같습니다. 디지털에 대한 철학(?) 혹은 디지털의 철학(?)을 정립하려는 시도는 비단 갤러웨이만 한 것은 아닙니다. 육 후이의 디지털적 대상의 존재에 대하여(조형준, 이철규, 임완철 역) 역시 이런 시도를 하는데, 바로 후설, 하이데거, 시몽동, 칸트, 스티글러, 컴퓨터 온톨로지를 넘나들면서 그런 시도를 합니다. 두 저자가 작년에 디지털 철학의 간략한 역사라는 제목으로 온라인 세미나를 했다는 것을 떠올린다면, 디지털에 대한 철학을 탐구함에 있어 피할 수 없는 이론가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http://aladin.kr/p/nGBSw

 

Laruelle: Against the Digital Volume 31 (Paperback)

Laruelle: Against the Digital Volume 31 (Paper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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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aladin.kr/p/d44A3

 

디지털적 대상의 존재에 대하여

지난 20세기말에 서구지성계에 등장한 강력한 지적 조류로 알려진 ‘포스트모더니즘’의 경우 이념적으로 그것이 상징하는 것이 ‘이성의 패배’였다면 다른 한편 ‘현실에서’ 그것이 상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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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에서 또 다른 중요한 테마 중 하나는 지도 그리기입니다. 갤러웨이는 이 글에서 프레드릭 제임슨의 인지적 지도 그리기와 네트워크 미학을 구분하고는 있지만, 어쨌든 지도 그리기는 이제 방대한 데이터와 그 데이터의 관계들을 표현할 수 있는(, 네트워크로 표현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로 인해 손쉬워진 것 같습니다. (이는 웬디 전의 글에서도 나타나는 지적입니다.) 어쨌든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이런 저런 연결 관계를 상상하는 편집증적 해석가가 되지 않고 다른 지도를 그릴 수 있을까요? 통제사회나 자본주의는 재현 가능할까요? 너무나도 어려운 질문이고 제가 대답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니지만, 관련된 두 텍스트를 소개드리고자 합니다. 첫째는, 네트워크 미학의 지도 그리기와 관련해 디지털 미디어 연구자들에 의해 간간이 재소환되고 있는 프레드릭 제임슨의 포스트모더니즘, 혹은 후기자본주의 문화 논리(임경규 역)입니다. 여기서 프레드릭 제임슨은 그 유명한 인지적 지도그리기를 언급하죠. 이 책의 문제의식을 잇고 있는 책은 알베르토 토스카노와 제프 킨클의 절대적인 것의 지도학 Cartographies of the Absolute입니다. 이 책은 자본의 재현가능성에 대해 질문하면서, “우리 삶을 지배하는 추상의 거대함, 비가시성 그리고 복잡성과 씨름하는 새로운 실천들을 다루는 책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이 책은 프레드릭 제임슨이 추천사를 쓴 책이기도 합니다.)

http://aladin.kr/p/efLb6

 

포스트모더니즘, 혹은 후기자본주의 문화 논리

포스트모더니즘과 관련한 작업 가운데 가장 독보적인 업적으로 평가받는다. 철학에서 건축, 미술, 영화, 드라마, 음악, SF 소설, 실험적 예술까지 광범위한 영역을 분석의 대상으로 끌어들여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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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tographies of the Absolute (Paperback)

Cartographies of the Absolute (Paper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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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으로 번역한 글은 마테오 파스퀴넬리의 <알고리즘적 의례의 3000: 공간의 연산으로부터 창발한 인공지능>입니다. 인공지능이 사회적 관계, 노동, 집단 지성을 분할하는 역사적 과정에서 창발했다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중요했던 것이 공간의 격자화와 분할, 그리고 추상이었다는 점을 지적하는 글입니다. 이 글에서 우리가 크게 확인할 수 있는 것은, 1) 인공지능이 작동함에 있어 필요한 토대들과 2) 인공지능 혹은 알고리즘의 추상 메커니즘에 대한 것입니다.

 첫 번째와 관련해서 추천 드리고 싶은 책은 케이트 크로퍼드의 AI 지도책(노승영 역)입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 책은 인공지능 시스템을 둘러싸고 어떤 관계들이 작동하는지에 대한 지도를 그리려는작업입니다. 인공지능이 작동하는 데 필요한 디바이스의 원료가 되는 광물의 채취, 인공지능의 학습 기반이 되는 데이터의 추출, 그리고 알고리즘에 포함되는 (실재에 대해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전제들, 인공지능과 관련된 노동들 등, 이 책은 인공지능이 작동함에 있어 맞물리는 사회적 관계들을 면밀히 탐구하기 때문에 인공지능에 대한 비판적 관점을 필요로 하는 분들께서 꼭 읽어보실 만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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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지도책

미국 네바다의 리튬 광산에서부터 아마존 창고와 시카고의 도축장, 데이터 센터, 이미지 데이터베이스, 파푸아뉴기니의 산악 마을, 스노든 자료실, 텍사스 서부의 로켓 기지 등에서 AI가 실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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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번째와 관련해서 추천 드리고 싶은 책은 저스틴 조크의 혁명을 위한 수학(고유경 역)입니다. 이 책은 디지털 사회에 대한 책이기도 하지만 통계학을 다루는 책이기도 한데요. 오늘날 알고리즘의 핵심에 통계학이 자리하기 때문입니다. 조크는 이 책에서 통계학의 역사를 간단히 살펴보면서, 이를 마르크스의 대상화 논의와 추상화 논의와 연결시킵니다. , 이는 단지 추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선제적으로 예측할 수 있다는 약속을 제공함으로써 실재를 구성하기도 합니다.

http://aladin.kr/p/kQDJB

 

혁명을 위한 수학

금융, 정치, 미디어, 정보, 쇼핑에서 지식 생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의 기저에 깔린 ‘지식에 대한 통계적 접근’의 비판적으로 탐색한다. 저자는 통계와 확률에서 일어난 변화의 과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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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엇보다도, 마테오 파스퀴넬리의 신간 주인의 눈: 인공 지능의 사회적 역사 The Eye of the Master: A Social History of Artificial Intelligence가 번역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번역한 글은 이 책을 이루고 있는 일부이기도 한데요. 책을 보지는 못했으므로 어떤 내용인지 제가 설명하기는 힘들고, 출판사 소개 중 일부를 그대로 옮겨보겠습니다. (마테오 파스퀴넬리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이 책은 한국에서 번역 출간 예정인 것 같으니 굳이 원서로 보지 않고 나중을 기다리셔도 될 것 같습니다.) “무엇이 인공지능인가? 지배적인 관점은 인공지능을 지능’, 즉 정신의 비밀스런 논리나 복잡한 신경 네트워크 같이 심원한 뇌의 생리학에서 발견되는 것으로 추정되는 해결책을 풀어내기 위한탐구로서 묘사한다. 이와 대조적으로, 주인의 눈은 인공지능의 내부적 코드가 생물학적 지능의 모방에 의해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노동과 사회적 관계들의 지능에 의해 형성된다고 주장한다.”

http://aladin.kr/p/gQOor

 

The Eye of the Master : A Social History of Artificial Intelligence (Paperback)

The Eye of the Master : A Social History of Artificial Intelligence (Paper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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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한 해 동안 많은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내년에도 되도록 많은 텍스트들을 소개해 보려고 노력하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