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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번역에 대한 리스트

아마도 독자 2022. 12. 31. 19:45
"번역이 시작되고 나면, 모국어가 보이는 번역에 대한 저항은 그 정도가 좀 덜해진다. 대신 번역자는 텍스트의 도처에서 도저히 번역이 불가능해 보이는 대목들을 만나게 되고, 이제 번역은 하나의 드라마가 되어 버린다. 훌륭한 번역을 생산해 내겠다는 희망은 무모한 것처럼 느껴진다."
-폴 리쾨르

 

 번역을 시작했을 때 들었던 생각은 "일단 부딪혀 보자"였다. 그렇게 마음 먹고 번역을 하기 시작했을 때 아니나 다를까 벽에 부딪혔다. 어쨌든, 번역을 하면서 겪었던 세부적인 어려움들을 다 말하기에는 너무 구구절절할 거 같다는 생각.... 그래서 번역에 대한 소회를 2022년의 끝을 맞이하여 풀기 보다는, 좀 다른 길로 우회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훌륭하게, 아직 번역되지 못한 텍스트들과 '얽힐' 수 있게 해준 박준영씨의 블로그에서 나는 카렌 바라드의 <우주의 중간에서 만나기>의 서문을 볼 수 있었는데, 이 서문에서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기억은 개별적인 뇌 주름들 안에 남아 있지 않는다. 그보다, 기억은 우주에 기입된 시간-공간-물질의 접힘들(enfoldings)이다. (중략) 이 책의 시작을 표시하는 때맞춘 특이점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처음부터 끝까지 총괄적으로 기획을 이해했던 도 존재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여기에는 어떤 개체적인  내 것’(I’s)[내가 속한] 그룹이 보증할 수 있다고 주장할 만한 어떤 과정을 쓰는 것도 있을 수 없다."(이 텍스트의 번역은 https://nomadiaphilonote.tistory.com/143 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박준영씨에게 무한한 경의를 보내며) 

 저기서 '책'이라는 단어를 '번역'으로 바꿔 본다면 어떨까? 나는 번역을 내 의지로 시작했다고 생각은 했지만, 내가 번역을 하도록 추동했던 여러 만남들과 움직임들이 있었으며, 번역을 할 때 내가 선택했던 용어들은 엄밀히 '나의 것'은 아니었다. 여기서 하고 싶은 말은 라캉적인 타자, 언어 운운하려는 것은 아니다. 하고 싶었던 말은, 번역이라는 과정이 필연적으로 다른 텍스트들을 상호참조하게 만들고 만나게 만든다는 것이다. 나는 '내'가 '온전히' 번역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나는 '아니오'라고 말하면서, 이 블로그에서 번역된 텍스트와 '얽히'신 분들께 번역의 과정에서 만난 텍스트를 소개드리고 싶다. 이 리스트는 뻔한 리스트일지, 새로운 텍스트와의 만남의 출발이 될지는 잘 모르겠다. 그리고, 중요한 건 나는 완벽한 리스트를 만들 생각도 없고 그럴 능력도 없다는 것이다. 워낙 많은 책들이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으니, 그 그물망들을 다 파헤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아주 극히 일부만큼은 길을 열어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그리고 되도록이면 단행본으로 만날 수 있는 텍스트를 선정했다. 논문 같은 경우에는 접근이 제한되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내가 만나라고 아무리 말해도 만날 수 없는 텍스트이니..../ 그리고 개인적으로 번역되었으면 하는 텍스트들도 조금씩 골라봤다)

 처음으로 번역했던 텍스트는 마크 피셔의 <터미네이터 vs 아바타> 였다. 여기서 터미네이터와 아바타는 어떤 입장의 상징으로서 등장하는데, 터미네이터가 가속화하기만 하는 자본주의를 상징한다면(터미네이터는 언제나 저 멀리 미래에서 내려온다), 아바타는 자본주의 이전에 존재하는 어떤 신화적 어머니-자연을 믿는 입장을 상징한다. 물론, 마크 피셔의 입장은 둘 모두를 비판하는 쪽이다. 특히 터미네이터적 버전의 입장은 닉 랜드의 입장으로 요약될 수 있겠는데, 피셔는 닉 랜드가 들뢰즈의 통찰, 그러니까 가속화하자마자 의고주의로 되돌아온다는 그 통찰을 무시? 회피? 했다고 지적한다. 이런 비판은 <사이클로노피디아>로 유명한 레자 네가레스타니가 <비인간에 대한 초고 그리기 Drafting the Inhuman>에서 프로이트를 경유해 했던 분석과도 비슷하다. 어쨌든, 마크 피셔의 이 글은 재밌지만, 말미의 부분은 무언가로 더 채워져야 더 이해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현재, 자본주의에 대한 마크 피셔의 입장을 확인할 수 있는 번역된 텍스트는 이것밖에는 없다(단행본 수준으로는 말이다).

http://aladin.kr/p/9LH6z

 

자본주의 리얼리즘

자본주의 리얼리즘이 품고 있는 아포리아가 특히 두드러지는 현장으로 새로운 관료주의와 개인화된 정신 건강에 주목하고, 이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 새로운 집합적 주체의 출현을 요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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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속주의에 대한 텍스트와 닉 랜드의 글을 조금이라도 확인하고 싶다면 이 텍스트들을 참고하는 것이 좋을 거 같다.

http://aladin.kr/p/8yubi

 

K-OS

어느 곳에도 편입되기를 거부하는 인식론적 탈주학으로써 가속주의를 작동시키는 주요 운영 체제로써 주로 허구적 실천, 즉 하이퍼스티션이 지목된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이 실천을 낙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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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webzineriks.or.kr/post/meltdown---nick-land---%EA%B9%80%EB%82%B4%ED%9B%88-%EA%B0%95%EB%8D%95%EA%B5%AC-%EC%98%AE%EA%B8%B0%EA%B3%A0-%EC%86%8C%EA%B0%9C

 

Meltdown / Nick Land / 강덕구, 김내훈. 옮기고 소개

소개글 닉 랜드는 트럼프 당선에 기여한 대안우파의 이데올로그 중 하나이자, 최근 각광받는 정치사상인 가속주의의 아버지로 불리는 철학자다. 대안 우파로서 랜드의 명성은 민주주의를 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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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피셔의 텍스트를 어떻게든 발전시켜 나가려 시도하며 피셔의 글도 번역하는 분으로는 블로거 이엔씨님이 생각난다. 

https://blog.naver.com/mjkyj0102/222473653375

 

블레이드 러너 vs 메탈 기어 솔리드

※ 본 글은 <블레이드 러너>, <메탈 기어 솔리드 2: 선즈 오브 리버티>의 스포일러를 담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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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이 시점에서 번역되었으면 하는 책도 있는데, 마침 리시올/플레이타임 출판사에서 출간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http://aladin.kr/p/VNtlK

 

Postcapitalist Desire : The Final Lectures (Hardcover, New ed)

Postcapitalist Desire : The Final Lectures (Hardcover, New 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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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여전히, 마크 피셔보다도 미지에 휩싸인 가속주의의 아버지(?)이자 지금은 대안 우파의 아버지(?)로도 유명한 닉 랜드도 소개되었으면 좋겠다. 그에 동의하든 안하든 가속주의를 공부하면서 그를 피할 수 있을까?

http://aladin.kr/p/EbRqz

 

Fanged Noumena - Collected Writings 1987-2007 (Paperback)

Fanged Noumena - Collected Writings 1987-2007 (Paper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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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번째로 번역했던 텍스트는 <기계 안의 비둘기: 행동주의와 사이버네틱스에서의 통제 개념>이다. 이 글은 짧기도 하고, 조금 부담도 덜했던 텍스트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행동주의와 사이버네틱스 기저에 있는 전제들을 '통제'라는 키워드로 묶어내고 있는 텍스트다. 

 통제(제어) 개념에 대한 책으로는 이 책을 추천한다. 이 책은 생명체의 단위부터 언어, 사회, 상업 자본주의의 유통망 제어, 산업 자본주의의 생산 제어, 관료제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역사를 '컨트롤 레볼루션'으로 엮어 내는 책이다. <기계 안의 비둘기>에서도 등장하는 엔트로피와 열죽음 개념부터, 제어를 위한 정보로의 환원까지 다양한 통찰을 얻을 수 있으므로 '통제(제어)' 개념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시길 바란다. 

http://aladin.kr/p/PF2Ke

 

컨트롤 레벌루션

<컨트롤 레벌루션>은 오늘날과 같은 복합적인 기술적, 경제적 변동을 ‘제어혁명’의 결과로 지목하면서 그 기원은 19세기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설명한다. 즉, 정보사회는 최근의 어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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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이버네틱스에 대한 책으로는 크게는 두 권 정도가 나왔는데, 한 권은 지금 절판 상태인 노버트 위너의 <인간의 인간적 활용>과 캐서린 헤일즈의 <우리는 어떻게 포스트휴먼이 되었는가>이다. 전자는 어쨌든 원전으로서 노버트 위너의 사이버네틱스적 구상이 어떤 것이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책이고, 후자는 사이버네틱스의 역사를 다루면서 정보가 어떻게 정보를 담지하고 있는 매체를 떠나 마음대로 유동할 수 있는 것으로서 상상되었는지에 대해 다루는 책이다. 사이버네틱스의 역사뿐 아니라 다양한 SF 작품들에 대한 독해도 포함되어 있으므로 관심이 있다면 꼭 읽기를 바란다. 

http://aladin.kr/p/kgFa

 

우리는 어떻게 포스트휴먼이 되었는가

저자 캐서린 헤일스는 기술사와 문화사를 넘나들며 세 가지 주제, 즉 정보는 어떻게 신체를 잃었는가, 사이보그가 어떻게 문화적, 기술적으로 구성되었는가, 사이버네틱스 담론에서 자유주의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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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규흔 씨의 이 글은 사이버네틱스의 역사를 인터페이스와 제어라는 키워드로 읽어내고자 할 때 유용한 글이다. 전쟁 기계의 맥락에서, 전쟁 운용과 연관된 연산을 컴퓨터에 모두 맡겨버릴지, 아니면 인간과 컴퓨터의 공생과 협력에 기반을 둘 것인지라는 분기된 입장에서 인터페이스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다루는 아주 재밌는 글이다. 이 글은 백남준아트센터의 출판 시리즈 NJP 리더 7권('공동진화')에 실린 글인데, 아래의 링크에서 pdf 파일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으니 부담없이 읽으시길.

https://njp.ggcf.kr/njp-%eb%a6%ac%eb%8d%94-7-%ea%b3%b5%eb%8f%99%ec%a7%84%ed%99%94-%ec%82%ac%ec%9d%b4%eb%b2%84%eb%84%a4%ed%8b%b1%ec%8a%a4%ec%97%90%ec%84%9c-%ed%8f%ac%ec%8a%a4%ed%8a%b8%ed%9c%b4%eb%a8%bc/

 

NJP 리더 #7 – 공동진화: 사이버네틱스에서 포스트휴먼 | 백남준아트센터

NJP 리더 #7 – 공동진화: 사이버네틱스에서 포스트휴먼 유형 학술지 기획편집 이수영 저자 이수영, 이영준, 고규흔, 이진경, 심광현, 김성은, 스펠라 페트릭, 김태연, 캐서린 헤일즈 발행일 2017. 12

njp.ggcf.kr

 한편, <기계 안의 비둘기> 말미에는, 사이버네틱스와 행동주의의 통제 개념을 신자유주의의 논리와 연결시키고 있는데, 이 주제에 관한 텍스트로는 일단 적어도 내가 아는 한에서는 알렉스 아벨라의 <두뇌를 팝니다> 정도밖에 없다. 이 책은 1948년 창설되어 국가 안보와 전쟁 수행 방식에 관한 최첨단의 연구를 하는 싱크탱크인 랜드 연구소를 다루고 있다. 특히 랜드 연구소에서 소련 지도부의 움직임을 시뮬레이트하기 위해 만든 합리적 선택이론과 게임이론이 신자유주의의 매트릭스와 연결되는 지점을 그려나간다. 그런데 아벨라가 언론인 출신이다 보니, 이 책은 르포나 역사서에 가깝고 이론서라는 느낌은 없는데, 그런 점에서 이런 책이 번역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번역한 또 다른 텍스트의 저자인) 셉 프랭클린은 이 책에서 들뢰즈의 '제어/통제사회'에서 출발해 사이버네틱스, 경제학 이론, 매니지먼트 양식을 경유해 문화 논리로서의 디지털리티(digitality)와 신자유주의의 관계를 파헤친다. 

http://aladin.kr/p/hFfOq

 

두뇌를 팝니다

28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싱크탱크, 반세기 이상 공화당과 민주당을 막론하고 모든 미국 정부에 커다란 영향력을 끼친 유일무이한 싱크탱크, 당대 일류 두뇌들의 집합소 싱크탱크 랜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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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aladin.kr/p/o680g

 

Control: Digitality as Cultural Logic (Hardcover)

Control: Digitality as Cultural Logic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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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번째로 번역한 글은 <방향/지어진/응시>다. 이 텍스트는 번역하면서 좀 곤란했는데, 너무나도 많은 주제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는 이유 때문이었다. 이 글의 테마들을 추려보자면, 1) 추상화된 지구 2) 대항문화와 환경주의로 위장한 빅테크 기업들의 서사 3) 플랫폼과 사용자 주체성 4) 지도제작과 거기에 개입하는 권력의 문제 정도다. 그렇다 보니, 이 번역 텍스트와 연관된 텍스트들이 좀 많다. 

 첫번째로 추상화된 지구에 대해 다루는 책은 올해 작고한 브뤼노 라투르의 근작 <지구와 충돌하지 않고 착륙하는 방법> <나는 어디에 있는가?> 두 권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코로나 사태와 신기후체제로의 진입이라는 정세에서, '추상화된 지구'의 이미지를 비판하고 우리가 감겨 있는 공간으로서의 지구, 공거와 얽힘의 가능성을 탐색해 나가야 하는 공간으로서의 지구를 옹호하는 책이다. 특히 이런 문장이 추상화된 지구에 대해서 재고해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지구를 재현하는 데는 늘 인간의 제국들로부터 차용된 구체의 형태들이 끼어들기 마련이다. 그런데, 지구에는 총괄적으로 병합하는 형태라곤 존재하지 않는다. (중략) 여긴 ... 그저 그 안에 우리가 감싸여 있는 곳일 뿐이다. 해방된다는 건 지구로부터 나가는 걸 뜻하는 게 아니라 그 안에 내포된 것들, 곧 그 주름들과 중첩들과 제반 얽힘을 탐사하는 행위를 의미한다."(<나는 어디에 있는가?> 177~178쪽) 한편, '구체'로서의 지구에 대한 상상의 역사를 다룬 이 책이 번역되었으면 좋겠다. 

http://aladin.kr/p/E4WfI

 

[세트] 지구와 충돌하지 않고 착륙하는 방법 + 나는 어디에 있는가? - 전2권

도서 지구와 충돌하지 않고 착륙하는 방법과 나는 어디에 있는가? 세트 상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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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aladin.kr/p/MFKuA

 

Apollos Eye: A Cartographic Genealogy of the Earth in the Western Imagination (Paperback, Revised)

Apollos Eye: A Cartographic Genealogy of the Earth in the Western Imagination (Paperback, Revis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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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로, 반문화와 기술지상주의, 혹은 유토피아주의의 연결은 매러디스 브루서드의 <페미니즘 인공지능>의 6장에서 그 모습을 개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이 책의 원제는 Artificial Unintelligence다. 인공 지능이라는 이름에 un이라는 접두사를 붙인 이 제목은 '인공 무지능' 정도로 직역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어찌 한국에 번역되면서 저 제목으로 탈바꿈하게 되었는데, 물론 테크(업)계의 남성 우월주의에 대한 내용이 조금은 있지만, 그것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책은 아니기 때문에 한국판 번역의 제목은 조금 의아하다.) 그 외에 한국어로 번역된 접근 가능한 텍스트가 얼마나 있는지는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이 주제와 관련해서 번역되었으면 하는 책은 프레드 터너의 <반문화에서 사이버문화까지 From Counterculture to Cyberculture>이다. 이 책은 <방향/지어진/응시>에서도 주요하게 다뤄지는 '전지구 카탈로그'의 저자 스튜어트 브랜드와 전지구 카탈로그의 역사를 살펴보며 반문화와 기술지상주의의 만남, 대안 공동체와 개인의 해방의 도구로서 컴퓨터가 재구상되는 방식에 대해 다룬다. 

http://aladin.kr/p/xexN6

 

페미니즘 인공지능

저자는 컴퓨터-테크놀로지의 역사를 뒤집어 보고, 현재의 테크놀로지가 어떻게 성·인종 차별을 확대·재생산하고 있는지 확인하며, 특히 이 역사의 최첨단인 인공지능이 작동하는 현장을 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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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aladin.kr/p/SFMRl

 

From Counterculture to Cyberculture: Stewart Brand, the Whole Earth Network, and the Rise of Digital Utopianism (Paperback)

From Counterculture to Cyberculture: Stewart Brand, the Whole Earth Network, and the Rise of Digital Utopianism (Paper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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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번째로는, 플랫폼과 사용자 주체성의 문제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플랫폼이 제공하는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사용자로 하여금 전지전능하다는 환상, 완벽한 상호작용성(interactivity)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어포던스(행위유도성) 같은 개념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는 대안적 경로를 찾기 힘들어진다. 이런 사용자 주체성에 대한 비판을 다루는 글이 담긴 책이 최근에 출간되었는데, 플랫폼과 관련된 글들을 번역해 모아놓은 선집인 무슨일선집의 2권 <투명한 장벽, 플랫폼을 배반하기>이다. 특히 여기에 실린 실비오 로루소의 <사용자 조건: 컴퓨터 주체성과 행위>를 읽어보라.  이 주제와 관련해서 웬디 희경 전 같은 학자도 생각나지만, 너무 덧붙이는 건 좋지 않을 것 같으므로 소개할 기회는 다음으로....

http://aladin.kr/p/wzUVC

 

투명한 장벽, 플랫폼을 배반하기

『무슨일 선집』은 팀 ‘새로운 질서 그 후’가 웹(World Wide Web)을 둘러싼 해외의 담론을 한국어로 번역해 출판하는 프로젝트이다. 2호에서는 ‘사용자 자율성’과 ‘탈플랫폼’이라는 키워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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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으로는 지도제작과 권력의 문제이다. <방향/지어진/응시>에서는 지식/권력에 대해 말하면서 푸코를 인용하고 있지만, 여기서 푸코까지 전체적으로 소개하기엔 너무 광범위한 리스트가 될 것 같고, 직접적으로 지도제작과 권력의 문제를 다루는 책을 소개하고자 한다. 첫번째로는 제러미 블랙의 <지도, 권력의 얼굴>이다. 이 책은 근대 지도의 이데올로기인 정확성과 객관성을 비판하며, 지도제작에는 정치가 개입하고 있다는 것을 역사학자의 시선에서 보여주는 책이다. 서구를 제외한 지역에는 다른 축척이 적용된다든가, 아예 생략된다든가 하는 사례들을 보여주면서 말이다. 그리고 좀더 실용적인 관점에서 쓰인 책은 마크 몬모니어의 <지도와 거짓말>이다. 이 책은 다양한 도판을 곁들여서, 본질적으로 왜곡이 수반되는 투영법(물론 이것을 저자는 전적으로 기각하지 않는다)부터 선택들이 수반되는 데이터 지도의 구축까지, 지도의 구축과 제작에 어떤 것들이 끼어드는지를 풀어낸 책이다.

http://aladin.kr/p/K4FZU

 

지도와 거짓말

저자 마크 몬모니어는 지도의 본질을 설명하기 위해 다소 역설적으로 보이는 ‘거짓말’이라는 키워드를 사용한다. 이 책은 지도의 요소(축척, 투영법, 기호)와 일반화 과정을 살펴보면서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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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aladin.kr/p/8FTiN

 

지도, 권력의 얼굴

지도의 제작과정은 정치적이지 않은가? 대부분의 경우 지도를 제작하고 사용하는 목적은 정치와는 별개라고 할 수 있을까? 아니면 지도를 제작하고 사용하는 행위는 본질적으로 정치적인 것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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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번째로 번역한 글은 재스비어 푸아의 <공간적 쇠약>이다. 이 텍스트는 이스라엘의 정착 식민주의가 팔레스타인 인구의 이동성을 어떻게 통제하고 자신들의 정착 식민적 이익에 복무하도록 만드는지를 다루고 있다. 이 텍스트는 재스비어 푸아가 자신의 두번째 단행본 <불구화할 권리>에서 자유주의 장애 담론을 비판하면서 내세운 개념인 '쇠약'을 이동성과 공간, 그리고 시간정치의 얽힘으로 사유할 수 있도록 해주는 텍스트이기도 하다. 

 이 텍스트와 관련된 책 중에서 가장 공통분모가 많은 책을 꼽으라면 하가르 코테프의 <이동과 자유>일 것이다. 이 책은 자유주의 정치 사상(특히 홉스나 로크)에서 '운동'이 어떤 지위를 가졌는지에 대해 다룬다. 이 책의 처음 1장과 2장은 팔레스타인의 검문소와 도로 같은 인프라구조를 다루고 있는데, 재스비어 푸아의 글에서 나온 것 같이 항상 규정이 불안정하고 쉽사리 바뀌는 '항구적 불안정 상태'를 사례로서 잘 드러내고 있다. 그렇다면 코테프가 다루는 자유주의 정치 사상에서의 '운동'의 문제와 팔레스타인 문제는 어떻게 만나는가? 이는 자유주의 정치 사상이 구조화하는 '과도한' 운동의 문제 때문이다. 자유주의가 상정하는 인간이 어느정도 '울타리쳐진' 한계 내에서 자유로우면서도 절제하는 운동성을 가진다면, 그 타자들은 한계 없는 과도한 운동성을 가진다고 상상된다. 한편,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의 이동성을 어떻게 통제하고 거기에 인프라구조가 맡는 역할을 보고 싶다면, 포렌식 아키텍쳐의 멤버로 유명한 에얄 와이즈만의 <구멍난 지대: 이스라엘의 점령 건축술 Hollow Land: Israel’s Architecture of Occupation>을 참고하라(번역되었으면 한다). 

http://aladin.kr/p/jfczJ

 

이동과 자유

자유주의 정치사상의 역사와 정치 공간의 구조화에서 이동성과 부동성의 역할을 추적한 책. 로크 · 홉스 · 밀의 저술에서부터 요르단강 서안 팔레스타인인들의 삶을 둘러싸고 있는 정교한 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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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aladin.kr/p/5FiSQ

 

Hollow Land : Israels Architecture of Occupation (Paperback, 2 Revised edition)

Hollow Land : Israels Architecture of Occupation (Paperback, 2 Revised ed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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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관계를 '정착 식민주의'라는 프레임으로 다룬 책일 얼마나 있으지는 모르겠는데, 최근에 출간된 <팔레스타인 100년 전쟁>이 적합한 책인 듯하다. 

http://aladin.kr/p/2PuZo

 

팔레스타인 100년 전쟁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분쟁의 기원과 성격을 정착민 식민주의로 규정한다. 영국과 미국 등 열강을 등에 업은 시온주의가 팔레스타인 원주민을 몰아낸 뒤 정착민으로서 밀고 들어왔다는 것.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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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재스비어 푸아는 캘리포니아 대학교에서 출판하는 계간지 <재현들 representations> 주디스 버틀러 특집호(2022년)에서 '연대 안에서'라는 제목의 글을 쓴 적이 있다. 여기서 재스비어 푸아는 유대인으로서의 주디스 버틀러가 시온주의와 불화하는 이야기, 그리고 거기서 새로운 연대의 길을 찾아 나가려는 주디스 버틀러의 시도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푸아가 쓴 이 글을 생각해보면 버틀러의 이 책을 추천하는 것도 적합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이드와 레비나스, 벤야민과 아렌트를 경유하며 시온주의를 넘어서는 공거의 가능성을 탐색하려는 시도로는 이 책을 참고하시길.

http://aladin.kr/p/TJnbP

 

주디스 버틀러, 지상에서 함께 산다는 것

주디스 버틀러가 시오니즘에 반대하는 유대인으로서, 팔레스타인에 대해 이스라엘이 자행하는 국가폭력을 성찰하는 정치철학서라고 할 수 있다. 이스라엘의 국가 정책, 그리고 그 국가 정책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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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으로, 재스비어 푸아가 내세운 개념인 '쇠약' 그리고 이스라엘이 자행하고 있는 '불구화의 관행'을 다룬 푸아의 두번째 저서 <불구화할 권리>가 번역되었으면 좋겠다. 

http://aladin.kr/p/BJys8

 

The Right to Maim: Debility, Capacity, Disability (Paperback)

The Right to Maim: Debility, Capacity, Disability (Paper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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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다음으로 번역한 글은 <포스트-페페 선언문>과 <밈적 욕망>이다. 전자는 밈의 형식주의(이 밈은 이렇게 써야 한다!)와 밈을 누군가의 소유물인 것처럼 보는 시각을 비판하며 밈을 둘러싼 인터넷 생태계를 느슨하게 그리는 텍스트이고, 후자는 기술철학이나 포스트휴먼 담론을 경유하며 '증식'이라는 키워드로 밈을 일종의 매체로서 다루고 있는 텍스트이다. 

 일단, (리처드 도킨스와 같은 넓은 의미의 밈이 아니라 인터넷에서 순환되는 이미지로서의 밈을 다룬) 텍스트는 이 텍스트를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MIT 지식 스펙트럼 시리즈로 출판된 이 책은 밈과 바이럴, 밈의 장르, 정치에서의 밈의 역할, 밈 마케팅 등 다양한 영역을 개괄하고 있는 책이다. 

http://aladin.kr/p/ZftRR

 

디지털 문화의 전파자 밈

리모르 시프만은 진화유전학적 관점에서 벗어나 커뮤니케이션학과 문화적 관점으로 인터넷 밈 유형을 풍부하게 소개한다. 저자는 자신을 매료한 ‘강남스타일’ 밈을 시작으로 콘텐츠, 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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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밈을 디지털 이미지, 혹은 인터넷에서 순환하는 이미지라고 생각했을 때 떠오르는 책이 두 가지 있다. 첫번째는, 히토 슈타이얼의 <스크린의 추방자들>이다. 특히 '빈곤한 이미지를 옹호하며'와 '지구의 스팸: 재현에서 후퇴하기'를 읽어보는 것이 좋다. 물론, 히토 슈타이얼의 '빈곤한 이미지'가 정답이라고는 할 수 없다(빈곤한 이미지에 대한 비판은 유운성 평론가의 저작 <어쨌거나 밤은 무척 짧을 것이다>를 참고하라). 하지만, 디지털 이미지의 존재론에 대하여 어떤 영감과 통찰은 줄 수 있을 것이다. 다른 하나의 책은 나원영 저자의 <대체 현실 유령>이다. 인터넷 호러(SCP, 크리피파스타, 커스드 이미지 등)를 경유하여 온라인 이미지의 으스스한 순환과 파생되는 대체 현실을 다룬 이 책은 인터넷 생태계에서 흘러다니는 이미지들에 대한 좋은 텍스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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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의 추방자들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영상 작가이자 저술가 히토 슈타이얼의 <스크린의 추방자들> 개정판이다. 이번 개정판은 이 책이 함의하는 두 가지 차원, 즉 동시대 미술 실천으로서 작업과 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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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ma-te-ri-al.online/product/through_pass-1/

 

대체 현실 유령 – ma-te-ri-al

대체 현실 유령 스루패스 총서는 마테리알의 단행본 프로젝트입니다. 마테리알은 독자를 포함한 다양한 플레이어들을 끊임없이 매개하고자 하며 그 일환으로 스루패스 총서를 새롭게 선보입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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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번역되었으면 하는 책은 저 두 텍스트가 담긴 책 <포스트 밈: 생산의 밈들을 파악하기>이다. 저 두 글 말고도 이 선집에는 밈과 포스트-진정성, 밈의 형식과 구조, 밈과 모방 그리고 르네 지라르와의 관계, 밈과 트럼프, 밈과 정치 등 다양한 글들이 실려 있다. <제노페미니즘>의 공동 저자 중 한 명인 패트리샤 리드, 지젝에 관한 입문서를 저술한 이안 파커, 그리고 해커 선언문으로 유명한 매켄지 와크까지 필진도 출중하니 번역되었으면 좋겠다. (원문 pdf는 여기서 다운받을 수 있다. 오픈 액세스로 공개된 책이다.)

https://library.oapen.org/handle/20.500.12657/23830

 

Post Memes

Abstract Art-form, send-up, farce, ironic disarticulation, pastiche, propaganda, trololololol, mode of critique, mode of production, means of politicisation, even of subjectivation -- memes are the inner currency of the internet’s circulatory system. 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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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으로 번역한 글은 <클라우드 제어, 혹은 매체로서의 네트워크>이다. 이 텍스트는 클라우드에 내포된 기술적 특성들, 즉 네트워크화된 연산과 포착의 기원을 사이버네틱스(혹은 그보다 좀 이전)까지 추적하고, 이런 기술적 특성을 모호하게 만드는 비물질성의 신화(전지전능한 시점, 모호하며 편재하는 구름 등)를 탈신화하는 텍스트이다. 

 일단, 클라우드 컴퓨팅을 미디어학의 관점에서 다룬 책은 내가 알기론 딱 하나인데, 바로 미디어정치경제학자 빈센트 모스코의 <클라우드와 빅데이터의 정치경제학>이다. 이 책은 약간은 교재(?)처럼 출판되었는데, 그런 만큼 포괄적인 주제들을 다루고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의 정의와 역사부터, 클라우드 컴퓨팅의 광고에서 드러나는 클라우드에 대한 재현들(일종의 신비주의), 클라우드 컴퓨팅의 비용들(프라이버시 문제부터, 데이터센터의 환경적 비용, 폭스콘과 같은 IT 제조 산업에서의 노동 문제 등), 그리고 클라우드를 둘러싼 문화적 담론, 클라우드와 빅데이터의 실증주의 비판까지 관련된 많은 주제들을 다룬다. 한편, 클라우드와 관련된 저서 중 번역되었으면 하는 책은 텅 후이 후의 <클라우드의 전사(前史)>이다. 이 책에서 그는 점점 추상화되는 레이어들 네 가지[인프라구조(네트워크 구축)-플랫폼(가상화)-데이터 접근(데이터 저장)-적용(데이터 채굴)]를 제시하며 이 순서대로 책을 구성해 현재 우리의 삶에 들어온 클라우드의 역사를 그려내고 있다. 

http://aladin.kr/p/x65zz

 

클라우드와 빅데이터의 정치경제학

미디어 정치경제학자 빈센트 모스코가 클라우드 컴퓨팅의 담론과 실재를 분석했다. 정보 자본주의의 명암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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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aladin.kr/p/3nfzJ

 

A Prehistory of the Cloud (Paperback)

A Prehistory of the Cloud (Paper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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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디어학의 관점에서 네트워크와 비물질성의 신화에 대해 다룬 책은 이 둘을 참고. 하나는 알렉산더 갤러웨이와 유진 새커가 함께 저술한 <익스플로잇: 네트워크에 대한 이론>이고, 다른 하나는 웬디 희경 전이 저술한 <프로그래밍된 시각>이다. 전자는, 일반적인 직선적 방식으로 서술하기 보다는, 갖가지의 노드가 연결을 이루어 네트워크가 형성되는 것처럼, 동시대 문화의 기저에 있는 네트워크에 대한 다양한 짧은 주장들이 산포되어 있는 책이다. 사용자와 프로그래머의 이분법, 인터페이스, 알고리즘, 감시, 피드백, 프로토콜과 네트워크, 자유와 통제 등 다양한 주제들이 담긴 이 책은 매체로서의 네트워크에 관해 좋은(그리고 실험적인) 읽기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희경 전의 책은 소프트웨어와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의 (비)가시성에 대해 다루면서, 소프트웨어가 비물질적으로 작동한다는 신화를 비판한다. 페티시로서의 코드, 컴퓨팅의 역사와 생물학의 관계 그리고 기억과 프로그램가능성의 관계(흥미로운 점은, 여기서도 역시 사이버네틱스 담론이 소환된다는 것이다) 등을 살피며 컴퓨터를 통치성과 연결시키는 전의 작업은 미디어 이론과 비판 이론의 접점을 탐구하려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거쳐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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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Exploit: A Theory of Networks Volume 21 (Paperback)

The Exploit: A Theory of Networks Volume 21 (Paper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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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med Visions: Software and Memory (Paperback)

Programmed Visions: Software and Memory (Paper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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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으로, 리스트를 마치고자 한다. 모두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